2024년의 어느 늦은 가을날, 나는 미래 기술의 발전에 따른 글쓰기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신중한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꽤나 확신이 든다. 앞으로 몇십 년이 지나면 글쓰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예측은 단순히 글쓰기 교육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사고하고 소통하는 방식 자체에 중요한 변화를 의미한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의사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혹을 많이 봐왔듯,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가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컴퓨터 문제를 얼마나 많이 해결해주는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잘 쓰려면 분명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 분명한 사고를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직업에서 글쓰기는 필수적이다. 특히 직업이 사회적으로 중요해질수록 글쓰기에 대한 기대치와 요구도 높아진다. 이런 요구와 글쓰기의 어려움 사이에서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때로는 학계나 저명한 인물들도 표절에 의존하게 된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훔치는 글이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써낼 수 있는 단순한 문장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글을 잘 쓰는 수준조차 되지 않음을 방증한다.
글쓰기의 압박을 해소하는 AI
이전까지는 이런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필요한 경우 글을 대신 써주는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었고, 일부는 표절이라는 비윤리적인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대다수는 글쓰기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줄 아는 세상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공지능(AI)은 이러한 글쓰기의 세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현재 학생들은 과제나 리포트를 AI에게 맡길 수 있고, 직장인들도 업무 보고서나 이메일을 AI가 작성하도록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글쓰기에 대한 압박이 거의 사라졌으며, 많은 이들이 더 이상 글쓰기를 배울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사회
AI가 글쓰기를 대체하게 되면, 사회는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하고, 자발적으로 글쓰기를 선택하는 소수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외 대부분은 글쓰기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예전에는 뛰어난 작가, 보통 수준의 작가, 그리고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으로 나뉘던 사회가 이제는 뛰어난 작가와 글쓰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로 나뉘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나쁘기만 할까? 사람들은 흔히 기술이 특정 기술이나 능력을 대체할 때, 그 기술은 점차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장장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필수적인 기술이 사라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글쓰기가 사라지는 것이 왜 위험한가?
그러나 글쓰기는 단순히 소통 수단이 아니다. 글쓰기는 사고의 한 형태이며, 생각을 조직화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레슬리 램포트의 유명한 말처럼, “글을 쓰지 않고 생각하는 것은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글쓰기가 사라지는 사회는 결국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위험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소실보다 더 심각하다. 생각을 깊이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는 글쓰기를 선택하는 소수의 지식인과, 글쓰기를 하지 않아 사고력도 제한적인 대다수로 나뉘게 될 위험이 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려는 소수만이 진정한 지적 자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와의 유사성: 선택적 강함
사실 이런 현상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대다수의 직업이 체력을 요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계가 점차 육체 노동을 대체하면서, 사람들은 스스로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길러야만 강해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날 체력이 강한 사람들은 그것을 선택한 사람들뿐이다.
앞으로 글쓰기도 이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AI가 글쓰기의 압박을 덜어주면서, 글을 잘 쓰고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은 그 능력을 선택한 사람들만이 될 것이다. 대다수는 AI에 의존하게 되고, 깊이 있는 사고와 글쓰기 능력을 잃어가며, 표면적인 생각만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글쓰기의 선택: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미래의 우리는 스스로 글을 쓰고 사고하는 능력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AI의 편리함에 기댄 채 표면적인 소통에 그칠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기술 습득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깊이 있는 사고와 소통을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미래가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면, 우리는 어떤 편에 서고 싶은가?